펜트하우스/서랍 안 수첩
추억회상
리나인
2013. 6. 7. 22:53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계절이 지금쯤 되던 때에 나는 지금보다 더 어렸고 피가 끓었고 열병에 걸려 있었다.
학교 수업보다 더 중요한게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런 합리화로 수업을 과감하게 제껴먹었으며 깊은 밤 서울 시내를 쏘다녔고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신새벽을 맞이했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세상을 작게나마 바꾸는 인간의 힘일까 하며 스스로 감탄했고
그에 함께하는 나에게 시대정신이 따른다 믿었으며 앞으로 조금 더 나은 미래가 오리라 믿었으며 그때의 기억이
지금에 와서 한 무리의 선동에 당한 우매한 무리들로 모욕받는 때에 와서도 그것이 조금이라도 무언가라도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무엇인가로의 변화의 모습 중 하나였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지금에 슬프게 배반당했다. 내가 한 일은 아무런 것도 아니었으며 학점 1점만큼의 가치가 없는 것이
새삼스럽게 아파지기 시작했다. 깊은 무력감, 거대한 흐름에 함께 노를 젓는다 생각했겠지만 결국은 물살에 흘러갈 뿐 아닌가
하는 깊은 좌절감. 그들은 오늘도 잘 살고 있다.
지금에 와서 내가 이것을 부정한다면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시간들을...
허나 물론 인간 하나의 세월 1-2년 따위는 어떻든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