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4월 2일에 썼던 글 대로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없이도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선전...아니
그 이상의 승리를 거두었다. 물론 예측이상으로 호남에서 대패했지만, 예측이상으로 수도권에서 거둔 승리는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았던 것이다.
호남에 대한 이런저런 말이 많다. 일단 외관상으로는 호남홀대론- 소위 더불어민주당이(제1야당이) 그동안
호남을 단지 필요할때 표 주는 자판기로나 취급하고, 정작 예산 등은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져 박지원 등이
선동한 참여정부에서 호남인들은 박해당했다- 라는 게 핑계인데...
현실적으로 한번 다시 생각을 해 보자.
이전의 호남을 기반으로 한 평민당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이어지는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호남은 제1야당의
DJP연합을 통한 충청의 지지와 더불어 이인제라는 거대한 변수를 이용하여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다음, 노무현은 호남의 지지와 함께 이전보다 나아진 PK의 지지(본인이 두드려 왔던 지역구도의 파괴),
그리고 노사모-로 대표되는 새로이 조직되어 가는 젊은 세대, 즉 친노, 리버럴 등 다양하게 불리는 이 계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호남과 친노(리버럴)은 당을 지키는 두 기반이 된 것이고 둘은 일종의 동맹관계가 된 것이다.
이 불안한 동맹관계는 이미 여러번 붕괴했다, 합쳤다를 반복해 가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6년 여기서 완전히 파열했다.
이번 호남의 선거결과를 보면 호남은 소위 '물갈이'를 원하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인식된다. 기존의 다선의원들이 다수 당선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호남의 중 노년층은 호남홀대론-이라는 명분 하에 그저 기존에 이름을 알고 있던, 손이라도 한번 잡아봤던
후보를 찍은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며 지역밀착형으로 순천을 누볐던 이정현이나, 함거 쇼라도 했던 정운천을 당선시켜줌으로써,
지역 발전이라는 오랜 욕망을 드디어 표로 완전히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요직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등) 그러한 감정적인 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제1야당을 받치고 있던 두 다리 중 호남은 완전히 이탈해 나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전의 열린우리당처럼, 기존의 지역 기반을 잃은 상태에서 참혹한 결과를 맞이하였다면
이전과도 같이 다시 호남 세력은 더불어민주당의 잔존 세력을 흡수하며 호남이 주가 되는, 호남과 친노의 불안정한 동맹관계가 더
이어 졌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참혹한 혹정과, 새누리당 내의 공천파동은 기존의 여당 지지층을 분열, 이반시켰고 그 결과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제1정당으로써, 또한 전국정당으로써 살아남게 되었다. 오히려 구도상으로만 보면 호남은 다시 그 이전의 공포- 고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호남의 지지를 많이 상실한 대신,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이 호남의 이반 앞에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이전보다 더 결집한 소위 친노(리버럴)들은 수도권과 pk에서 집결해서,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선전은,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교차투표나, 새누리당 지지층의 국민의당으로의 이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국민의당 대변인의 발표와 같이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739781.html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3, 새누리당
지지층 2를 흡수하였기에, 그 부분이 상호를 상쇄하여 이러한 승리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을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국민의당 효과로 당선된 후보들도 있겠으나, 성남 중원이나, 안산 단원과도 같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야권 분열로 인해 어부리지
새누리당 당선자가 나온 지역도 상당수 있으므로, 결국 이러한 변수는 지금 구도의 주요 변수는 못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거 결과를 만들어낸 가장 큰 요인은 박근혜 정권의 브레이크 없는 폭정과, 새누리당의 끝없는 방심에 따른 공천갈등
(소위 옥새런까지)에 기인한 것이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호남은 분리되어 떨어져나가 국민의당이라는 대체 선택지를 선택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상실했지만 tk에 교두보를 세우고, pk에서 약진했으며 안희정을 기반으로 하여 충청에서의 균형을 잃지 않았고, 여촌야도 구도 하에
수도권의 대승으로 불안하지만 전국정당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이 전국정당의 모양새는 물론 순간의 실수로 과거의 열린우리당의
길을 따라갈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전 지선대비 대폭 오른 20-30대의 지지율과, 그 지지층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약진한 것은 지역구도를 넘어선
세대투표의 등장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어려운 경제상황에 기존의 '노오력'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함을
찾기 시작한 2030세대는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을 일부 걷어낼수 있었고, 그것은 정치참여, 즉 이번 투표율
상승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세대투표로 인하여 앞으로 여촌야도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2030세대의 정치참여를 지속시키자면, 이번 20대 국회에 새로 등원한 초선위원들의 선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외려 이전과 별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2030세대가 다시금 정치혐오로
돌아서버릴지 모른다는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20대 국회은 5월 30일부터 시작이며, 다음 대선이 이루어지기까지 남은 일년 반 이상이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은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성과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대선으로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오세훈 김무성들이 모두
날아가버린 여권에서 과연 어떤 대선후보를 세울 것인지가, (반기문의 소환일지, 또는 유승민이 대두될지)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가
다시 저번과도 같이 맞부딪칠 것인지, 아니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전의 노무현이 그랬든 새로운 '라이징 스타'가 나타날 것인지
(국민의당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안철수 외엔 대권후보는 없다, 정동영이 말도 안되는 꿈을 꾸는거 같긴 하지만)가 앞으로의
재미있는 부분이 될 것이다.
물론 나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