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료 - 안녕 긴 잠이여
일본의 챈들러라 불린다는 하라 료의 소설이다.
한국에 발매된 작품으로는 세 번째이다.
하라 료 역시 레이먼드 챈들러와 비슷하게 과작의 작가이다. 뭐, 챈들러야 원체 늦은 나이에
빅 슬립으로 장편 데뷔를 했으니, 그점은 어쩔수 없는 면이 있다. 그러고 보면, 하라 료 역시 그리 빠른 나이에 데뷔하진 않았다고 들었다.
이런저런 면에서, 비슷한 면이 있음을 새삼 생각한다.
하라 료의 탐정 사와자키 역시 필립 말로와 비슷한 인물이다.
물론,
필립 말로는 고독한 도시의 기사라 할 만한 인물이지만
사와자키는 앞의 두 부분은 만족시키지만 기사라고 할 인물인지는 모르겠다. 말로 만큼 멍청하지만
말로 보다는 똑똑한 인물이기에.
안녕 긴 잠이여 에서는 드디어 와타나베와의 연결점이 매듭지어진다.
안녕 긴 잠이여, 이름에서부터 챈들러 하면 떠오를 두 작품의 오마쥬, 내용에서도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챈들러에게서 보았던 듯 한, 그렇지만 다른 장면들이 전환된다.
하드보일드 작품이란 자못 이래야 한다, 라는 나만의 생각이 있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결말이 참으로 만족스럽다.
독자의 뒷통수를 묵직하게 내리누르는듯한 충격과 함께 혀뿌리에서 떠오르는 씁쓸함은
이 책을 읽은 시간을 행복하게 만든다.
얼마나 충실한 말로와 챈들러에 대한 오마쥬인가. 이 결말에서 어떻게 러스티 리건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러스티 리건과도 같은 인물은 없지만 러스티 리건이 떠오르는 데서 이 얼마나 훌륭한가.
좋은 사람은 모름지기 다 빠르게 죽는 법이다.
다음 사와자키는 언제 나에게 올 것인가. 소망한다. 사와자키의 끝은 플레이백과는 다르기를...
라고 하면 말로가 그러겠지. I didn't mean to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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